한·미 대통령이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해 반도체 동맹을 약속한 지 열흘 만인 3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팻 겔 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서울 서초사옥에서 깜짝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삼성과 인텔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 협력은 물론 모바일 등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도 논의됐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보도에 따르면 겔신저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례 총회에 참석한 후 귀국길에 한국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대만 TSMC에 한참 뒤진 파운드리 사업과 관련해 삼성전자는 2030년 세계 1위 시스템반도체를 목표로 하고 있고, 인텔은 지난해 3월 파운드리 재진입을 선언했습니다. 세계 반도체 1위 기업(매출 기준)인 삼성전자와 인텔이 손을 잡으면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와의 점유율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라이벌입니다. 1위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 94조1600억 원(지난해 평균 원·달러 환율 823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2위인 인텔은 79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두 회사는 주조 공장 사업에서도 경쟁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대만 TSMC가 시장점유율 52.1%로 압도적으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삼성전자(18.3%)가 2030년 세계 1위 시스템 반도체를 추격하고 있고, 인텔이 지난해 3월 파운드리 재진입을 선언하며 2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예고했습니다.
그동안 메모리 최강자인 삼성전자와 CPU 최강자인 인텔이 세트 제품 분야뿐만 아니라 차세대 메모리 제품 분야에서도 협력을 이어왔습니다. 특히 이 부회장과 겔 싱어 CEO의 만남으로 삼성이 인텔 파운드리와 협력할 가능성이 주목됩니다. 인텔은 지난해 3월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팹이 없어 여전히 생산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기술적으로는 삼성전자와 TSMC의 격차가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는 인텔이 주력 제품인 CPU를 자체 생산할 수 있고, 삼성전자가 나머지 칩셋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팻 겔 싱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월 실적 발표에서 "우리 포트폴리오를 고려할 때 특정 기술과 제품에 대한 외부 주조 공장 사용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업계 관계자도 "인텔이 글로벌 반도체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10나노미터 미만의 첨단 미세공정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TSMC와의 협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반도체 동맹이 합의되고 양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인텔의 협력이 논의됐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에서 공감대가 형성됐을 것으로 해석됩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며 메모리에 이어 2030년에는 파운드리 중심의 세계 1위 시스템 반도체로 도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인텔 파운드리 제품을 생산하면 TSMC와의 점유율 격차를 좁히고 이를 압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부회장과 겔 싱어 CEO의 만남으로 양사의 협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뿐 아니라 세트 제품에서도 상호 협력을 통해 '윈-윈' 관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 겔싱어 대표는 삼성전자 경경현 DS부문장, 노태문 MX부문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과 릴레이 간담회도 가졌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인텔 팻 겔 싱어 CEO의 만남이 양사 협력의 폭을 넓히고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공급망 불안정을 해소하고 차세대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JY 네트워크가 팻 겔 싱어 CEO와의 만남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20년 버라이즌과 7조9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장기 5G 계약, 2021년 NTT도코모와 통신장비 계약을 맺으면서도 통신사 최고경영자(CEO)와의 면담을 통해 협상을 진전시켰습니다. 게다가, 그는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 무케시 암바니의 자녀들의 결혼식에 초대된 유일한 한국인 사업가였고 우정을 쌓기 위해 인도를 방문했습니다. 현재 인도 최대 통신사인 Reliance Jio는 전국 LTE 네트워크에 100% 삼성 기지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4차 이동통신사인 디시네트워크에서 5G 이동통신 장비 공급사로 선정되자 이 부회장이 이 회장과 함께 북한산에 올라 사실상 협상을 마무리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미국 구글 본사를 방문해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시스템 반도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자율주행, 플랫폼 혁명 등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에 JY 네트워크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앞서 바이든 부통령의 방한 기간에는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퀄컴은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 고객사 중 하나다.
이번 팻 겔 싱어와의 만남을 통해 파운드리 협력이 성사되면 JY네트워크를 통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위상이 다시 한 번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2위지만 1위인 TSMC와 격차가 큽니다. 이 부회장이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경쟁자이자 파트너인 복잡한 사업 관계가 얽혀 있다"며 "이재용 부회장 같은 '오너'들의 의사결정 능력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