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론되는 인수 후보는?
삼성의 M&A는 항상 우리 경제의 걱정거리였습니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난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3년 안에 의미 있는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모든 업계가 시기와 대상에 집중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현금성 자산만 125조 원에 달하는데 이 돈으로 기업을 인수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게 업계 안팎의 관심사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뒤 6년째 '빅딜'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의 대규모 M&A 발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초 CES에서 M&A 가능성을 언급하며 "곧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며 지난 5월 말 삼성 호암상 시상식에서도 비슷한 발언을 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근 유럽 출장은 이런 관측에 힘을 더합니다. 유럽은 삼성전자 인수합병(M&A) 후보군이 대거 몰려 있는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광복절을 계기로 이 부회장의 사면 복권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면서 삼성의 M&A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하만 보완할 전장업체? 아니면 인텔과 공동 팹리스 인수
앞서 말했듯이 관심의 초점은 '누구를 인수하느냐'입니다. 업계 관계자와 외신들은 전장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자동차 반도체 업체를 주요 후보로 꼽고 있습니다. 자동차 반도체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기업은 독일의 인피니온, 네덜란드의 NXP 같은 기업이 대표적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유럽 출장길에 이들 기업과 물밑 접촉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 부회장은 유럽 출장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급변하는 자동차 업계의 상황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일부 언론이 미국 온세미컨덕터를 후보로 내세웠지만 자동차 반도체를 주력하는 회사이기도 합니다.
왜 전쟁터죠? 이것은 그것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미래 먹거리이기 때문입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세계 전장사업 시장은 2024년 4000억 달러(약 520조 원), 2028년 7000억 달러(약 910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전기차용 e파워트레인 등이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면서 시장이 급상승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예상보다 좋지 않은 하만의 성적표
앞서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해 전장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삼성과 하만은 커넥티드 카 분야에서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자동차 회사들에게 최고의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하만의 성적표는 예상보다 좋지 않습니다. 하만의 2017~2021년 영업이익은 1조1960억원입니다. 지난해 5991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본궤도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하기 위해 10조 원을 투자했습니다. 그들은 아직 "돈에 대한 가치"를 가질 수 없다고 널리 믿어지고 있습니다.
삼성과 하만이 큰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전장사업에서 서로 보완할 수 있는 기업이 M&A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삼성전자가 '병든 손가락'인 반도체 설계(팹리스) 부문 강화를 위해 M&A를 추진할 가능성이 큰데, 팹리스는 공장이 없다는 뜻으로, 반도체를 생산하는 대신 설계에 '올인'하는 기업이라는 겁니다. 반대로 설계하지 않고 위탁생산만 하는 회사를 파운드리라고 합니다. 삼성전자와 같이, 설계와 제조를 모두 하는 회사는 일반 반도체 회사(IDM)라고 불립니다.
지난해 팹리스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 안팎이었습니다. 시스템 반도체 중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이자 파운드리 시장 2위인 삼성전자의 위상과 맞지 않는 성적표입니다. 삼성전자가 소외된 사이 세계 10대 팹리스 업체들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하는 등 실적 잔치를 벌였습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예측한 대규모 M&A의 대상이 영국 팹리스 기업 암(ARM) 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 Am은 삼성전자·애플·퀄컴 등이 개발·판매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 핵심기술과 특허가 많은 기업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70%가 암 기술 기반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